킹 sㅔ종 더 그레이트 – 한글날에 만난 세종대왕의 감동 이야기
2025년 10월 9일 한글날, 훈민정음 창제를 기념하는 한글날에 우연히 집어 든 한 권의 소설이 있었습니다. 바로 미국 스타트렉 시리즈의 작가 조 메노스키가 쓴 역사 판타지 킹 세종 더 그레이트 였습니다. 외국인의 시선으로 우리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성군 세종대왕과 한글 창제 이야기를 다뤘다는 사실에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스타트렉의 작가가 왜 하필 세종대왕의 이야기를 썼을까 궁금하였습니다. 하루만에 다 읽고 독서리뷰를 작성해 봅니다.
그는 10년 전 처음 한글을 배우며 이 과학적이고도 아름다운 문자와 그 창제자 세종의 이야기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메노스키는 만약 유럽의 어느 군주가 백성을 위해 문자를 만들었다면 그 이야기는 전 세계가 알았을 것이라고 서문에 밝힐 정도로, 세종대왕의 업적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현실을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만큼 이 소설은 한글과 세종에 대한 그의 뜨거운 애정과 존경이 담긴 일종의 찬사로 느껴집니다.
스타트렉 작가가 그려낸 세종대왕 이야기
이 작품은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세종대왕의 일화를 외국 작가의 신선한 관점으로 풀어낸 역사 소설입니다.
메노스키는 세종의 한글 창제 과정을 흔한 집단 지성이 아닌 천재 군주의 예술적 집념으로 묘사했습니다.
소설 전반의 전개가 마치 한 편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듯 생생하고 긴박감을 느낍니다.
특히 스타트렉 작가다운 상상력과 연출이 돋보이는데, 15세기 조선과 명나라, 일본 사이의 관계가 마치 행성과 종족들 간의 우주 서사시처럼 그려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세 나라의 정치적 갈등과 문화 충돌을 다루는 세계관에서, 저는 스타트렉이 떠오르는 묘한 재미를 느꼈습니다. 이처럼 거대한 역사와 상상을 넘나드는 스토리는 한글 창제 이야기에 신선한 숨결을 불어넣습니다.
이 책은 한국어판과 영어판이 함께 출판 되었습니다. 외국인이 쓴 세종 이야기라니? 하며 놀라워하면서도 반갑게 이 책을 맞이했습니다. 처음엔 낯선 감각이 들었지만, 읽을수록 한글과 세종에 대한 외국인의 애정 어린 시선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뿌듯함마저 느꼈습니다. 그럼 이제 소설의 주요 내용과 제가 감명받은 점들을 하나씩 소개 하겠습니다.
한글 창제의 비밀과 유학자들의 반대
소설은 크게 1부 창제와 2부 반포로 구성되어, 훈민정음 창제 직전부터 반포 이후까지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1부에서는 세종대왕이 어떻게 몰래 한글을 창제해 나가는지가 긴장감 있게 그려집니다. 세종은 집현전 학자들 일부와 비밀리에 새로운 문자를 연구하며, 조정의 대소신료들에겐 알리지 않은 채 일을 추진하지요. 이 과정에서 유학자들의 철학적 갈등과 반대가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당시 조선 사회의 지배 이념인 성리학은 중국의 예와 질서를 따르는 것을 중시했기 때문에, 새로운 문자를 만든다는 발상 자체를 이단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었죠. 실제 역사에서도 집현전 학자 최만리 등을 비롯한 유생들이 한글 창제에 반대를 했는데, 소설에서는 이러한 유학자들의 저항이 조직적이고도 격렬하게 묘사됩니다. 심지어 그들은 국왕을 시해하려는 음모까지 꾸밀 정도로, 한글 창제를 기득권 질서에 대한 위협, 일종의 혁명으로 받아 들입니다. 읽다 보면 한글이라는 문자가 당시 얼마나 파격적인 시도였는지 실감하게 됩니다.
세종은 왜 이런 반대를 무릅쓰고까지 새 문자를 만들고자 했을까요? 소설 속 세종의 입을 통해 분명히 드러납니다. 우리 조선의 말은 중국의 말과 달라 한자로 적을 수 없다. 글자를 모르는 백성들은 억울함을 글로 호소조차 못 한다. 그 점이 과인을 슬프게 하였다. 이러한 안타까움이 한글 창제의 출발이었습니다. 왕과 일부 학자들은 한자의 한계와 민중 문맹의 고통을 누구보다 절감하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세종은 자음과 모음 28개의 새 문자를 만들어 백성 누구나 쉽게 배워 쓰게 하려 합니다. 소설은 이 역사적인 결단을 매우 감동적으로 그려내는데, 훈민정음 탄생 순간에 이르면 저도 모르게 가슴 한켠이 뜨거워졌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것, 하늘 아래 없던 문자가 세상에 나타났다.는 표현처럼, 한글 창제는 단순한 글자의 발명이 아니라 조선 사회를 뒤흔든 혁명적인 사건이었음을 생생히 느끼게 해 줍니다.
언어 주권과 국제적 역학관계
2부 반포에서는 한글이 창제된 후 벌어지는 국내외의 파장과 갈등을 다룹니다. 훈민정음 반포 소식을 접한 조선 조정 내부에서는 보수 신하들의 극심한 반발이 터져나오고, 동시에 명나라와 일본 등 주변국과의 긴장감도 고조됩니다. 한글 창제는 비단 조선 내부 문제에 그치지 않고 국제 정세의 변수로 작용합니다. 당시 조선은 명나라의 冊封(책봉) 질서 아래 있었고, 공식 문서나 의사소통에 한자를 사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세종이 독자적인 문자를 만들었다는 소식은 명나라로서도 예민한 사안이 될 수 있었지요. 소설은 이런 언어 주권의 문제를 흥미롭게 부각합니다. 한글은 단순한 글자가 아니라 조선이 자주성을 선언하는 상징처럼 그려지고, 명의 황제와 신하들은 조선의 움직임을 경계합니다. 일본 역시 조선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와중에, 새로운 문자 탄생에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이렇듯 한글을 둘러싸고 동북아 삼국의 긴장과 음모가 숨 가쁘게 전개되는데, 작가는 이를 통해 문자가 곧 권력이며 문화의 힘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했습니다.
소설에는 메노스키가 가미한 다채로운 픽션 요소들이 이러한 국제적 대립 구도를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 줍니다. 예컨대 세종은 한글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신숙주를 일본에 파견하기도 합니다. (역사적 사실이라기보다는 소설적 설정이겠지요!) 학자 신숙주는 바다를 건너다 왜구에게 사로잡히는 모험까지 겪으며, 한글의 운명을 짊어지고 험난한 여정을 떠납니다. 특히 신숙주가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일본인 아이에게 한글로 일본어를 가르쳐 소통하는 장면은 가슴 뭉클하게 아름답습니다. 말과 글이 통하지 않던 두 세계를 한글이 이어주는 순간이랄까요. 저는 그 대목에서 한글의 위대함을 새삼 실감하며 벅찬 감동을 느꼈습니다. 이처럼 이야기 곳곳에 삽입된 국제적 스릴러 요소들은 역사적 상상력을 자극하며, 한글 창제 이야기를 보다 스펙터클하고 범세계적인 드라마로 탈바꿈시켜 줍니다.
백성을 위한 문자, 그리고 세종의 애민精神
<킹 세종 더 그레이트>가 거듭 강조하는 주제는 바로 한글은 누구를 위한 글자인가 입니다. 이 소설은 일관되게 한글은 백성을 위한 문자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세종대왕은 궁궐 담장을 벗어나 평범한 백성들의 삶을 몸소 살피는 장면들에서 깊은 울림을 주는데요. 그는 때때로 편한 옷차림으로 몰래 궁을 빠져나가 시장과 마을을 돌아다닙니다. 수십 년째 그런 세종을 알아보고도 못 본 척 눈감아주는 고마운 보초병(순돌이)도 있고요, 백성들은 자신들처럼 편히 옷 입은 임금을 알아보지 못한 채 생활의 애환을 토로합니다. 세종은 그런 백성들의 문맹으로 인한 고통과 억울함을 피부로 느끼고, 더욱 한글 창제에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 이렇듯 임금이 직접 민심을 살피는 모습은 세종의 애민精神(정신)을 부각시키며, 한글 탄생의 밑바탕에 백성에 대한 사랑이 있었음을 독자에게 전해줍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한글이 양반이나 지배층만의 언어가 아닌 모든 계층을 위한 글자로 설계되었다는 점입니다. 소설 속 세종은 누누이 말합니다. 누구라도 쉽게 배워 쓸 수 있는 글자여야 한다. 실제로 훈민정음 서문에도 어리석은 백성이 제 뜻을 펴지 못할까 걱정된다는 세종의 뜻이 담겨 있지요. 소설 속에서 한글이 반포되자, 궁궐의 나인부터 평범한 농부에 이르기까지 모든 계층이 금세 글자를 익혀 소통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어떤 충신은 28자를 모두 익히는데 차 한 주전자 끓일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고백하고요. 이 대목에서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문자 한 번 깨치기 어려워 평생 글자와 담 쌓고 살던 이들이 자기 이름을 쓰고 마음을 전하게 되는 모습이 얼마나 뿌듯하던지요. 다른 나라들이 어렵고 귀족만 쓰는 문자를 사용하는 가운데, 오직 조선만이 백성을 위해 문자 권리를 나눠준다는 설정은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한글의 가장 큰 가치가 바로 모든 사람의 기본적 표현 권리를 실현했다는 것임을, 소설은 스토리로 체화해 들려줍니다.
세종대왕의 인간미와 가슴 뜨거운 순간들
이 책을 읽으며 제 가슴을 가장 뜨겁게 울린 것은, 위대한 임금 세종의 인간적인 면모가 섬세하게 그려진 장면들이었습니다. 성군이라 하면 흔히 완벽하고 거리감 있는 이미지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소설 속 세종은 한 인간으로서의 고뇌와 정을 지닌 인물로 다가옵니다. 예를 들어, 세종과 소헌왕후의 사랑은 담담하면서도 애절하게 그려져 독자의 마음을 울립니다. 세종은 국사에 바쁘면서도 늘 아내에게 자상한 남편이고, 소헌왕후는 그런 남편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현명한 반려로 묘사되지요. 하지만 소헌왕후는 안타깝게도 세종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역사적으로도 세종대왕은 사랑하던 왕비와 사별한 후 깊은 상심에 빠졌다고 전해지는데, 소설은 이 부분을 각색하여 클라이맥스의 감동적인 장면으로 승화시켰습니다.
세종이 말년에 병석에 누워 삶을 마감해갈 때, 그는 마지막 소원처럼 이미 세상을 떠난 소헌왕후를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칩니다. 그 간절함을 외면할 수 없었던 황씨 부인(소설에 등장하는 세종의 측근 여성 캐릭터)은 눈물을 머금고 결심을 하지요. 황씨 부인은 소헌왕후의 예전 옷을 곱게 차려입고, 임금 앞에 나아가 조용히 왕비의 목소리를 흉내 냅니다.
- 황씨부인(소현황후 목소리로) : 아뢰게,
- 내관 : 이러면 안된다고 속삭임
- 황씨부인(다시 소현황후 목소리로) : 아뢰게,
- 내관 (이러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 세종을 위해...): 중전마마 납시오~~~
마치 소헌왕후의 영혼이 찾아온 듯한 그 목소리에 세종은 눈을 뜨고 환한 미소를 지어요. 눈앞에 펼쳐진 사랑하는 아내의 환영(幻影)에 그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황씨 부인 또한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뜨립니다. 그렇게 세종대왕은 자신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소헌왕후와 재회한 행복 속에서 눈을 감습니다. 이 장면을 읽는 제 가슴에도 뜨거운 것이 맺혔습니다. 충신과 주변인들의 지극한 충정, 그리고 세종대왕의 한 인간으로서의 외로움과 사랑이 절절히 느껴져서 였습니다. 역사적 사실 여부를 떠나, 소설이기에 가능한 이러한 연출은 세종대왕을 더욱 입체적이고 가깝게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맺음말: 한글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 소설
<킹 세종 더 그레이트>를 덮으며, 저는 한동안 먹먹한 마음에 여운을 가눌 수 없었습니다. 외국인 작가가 그려낸 세종대왕의 모습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도 왠지 더 신선하고 깊게 다가왔습니다. 메노스키는 세종을 그저 교과서 속 성군으로가 아니라 한 인간이자 영웅으로 재탄생시켰고, 한글 창제의 드라마를 전 세계인이 공감할 만한 보편적 감동 스토리로 빚어냈습니다. 읽는 내내 우리 역사에 위대한 분이 계셨구나 하고 새삼 감탄했고, 한글을 쓰는 한국인으로서 가슴 벅찬 자부심도 느꼈습니다. 동시에, 정작 우리는 세종대왕의 업적을 당연하게만 여기고 그 값어치를 잊고 지낸 건 아니었을까 반성하게 되더군요. 이 소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한글은 그저 문자의 발명이 아니라 사람을 사랑한 왕의 꿈이자 혁명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 꿈 덕분에 우리가 누리는 소중한 혜택을 잊지 말라는 것이겠지요.
한글날에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제겐 참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580여 년 전 세종이 이루어낸 기적 같은 이야기가 외국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다시 태어나, 이렇게 제 가슴을 두드립니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이 소설은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습니다. 평소 역사소설이나 세종대왕 일화를 많이 접한 분들도 <킹 세종 더 그레이트>에서만큼은 색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세종대왕의 인간적인 면모와 한글 창제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고 싶다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세요. 분명 읽는 이의 마음속에도 백성을 사랑한 왕에 대한 존경과 한글의 소중함이 가득 차오르게 될 것입니다. 한글날의 감동을 오래도록 간직하며, 저는 이 소설을 많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세종대왕께서 남긴 최고의 유산인 한글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이토록 흥미진진하고 눈물 나게 전하는 이야기가 또 있을까요? <킹 세종 더 그레이트>, 한 번 잡으면 놓기 힘든 감동의 역사 드라마였습니다.
2025년 세계의 정세 속에서...
한글날에 세종대왕과 한글의 의미를 새삼 일깨워 준 이 소설에 깊은 감사와 찬사를 보내며, 리뷰를 마칩니다.